아침부터 햇살이 따뜻하게 내리쬐여 그다지 춥지는 않을 모양이었다. 그런데 집을 나서며 맞는 바람은 제법 차가와서 될수있는한 가볍게, 바람막이 점퍼 정도로 준비를 했다.
녹번 지하철역에서 양재역까지는 3~40여분 걸리는 거리였고, 8번 출구에서 서울문학등산모임 서은성 회장님께서 먼저와서 기다리고 계셨다. 박두희님은 바쁜 업무를 마치고 바로 합류하셨다.
시내버스를 이용해서 청계산 입구에서 내려 바로 등산을 시작했다. 오후 3시 반정도라 늦은 시간인데도, 사람들이 여럿 오르는걸 보니 산이 크지는 않은 가보다.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종종 보이고, 며칠전 내린 눈이 녹아 땅이 조금 질퍽 거렸다. 흙먼지가 일지는 않을 모양이다. 등산로 곁 작은 계곡의 물은 두껍게 얼어 있었고 이따금씩 등산객들이 진흙젖은 발을 닦거나 얼음위에서 노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등산로를 확인하면서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오르막길의 가쁜숨을 조금 조절했다. 크지 않은 산이다보니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릴것 같지는 않아보였다.
원터골입구에서 정자를 지나 마당바위를 넘어 헬기장을지나 매바위와 매봉을 갔다가 다시내려오는길을 잡아보았다. 군데군데 화장실과 약수터가 있는걸로 봐서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있었다는것을 짐작하게 했다.
등산로는 예상대로 젖어 있어서 먼지가 나지는 않았고, 군데군데 진흙을 피해 산을 올랐다.
얼마가지 않은듯 했으나 벌써 정자에 도착하고 약수 한모금으로 숨을 돌렸다.
그늘진 곳에서는 아직 내린 눈도 많이 녹지는 않아 있었고 등산로 길 가쪽으로 조금이나 마른땅을 밟아가며 올랐다. 등산이 익숙하지 않은지 박두희님의 가쁜 숨소리가 들렸다.
청계산이라했던가.. 나는 층계산이 아닐까 싶어 했다. 수많은 계단으로 등산로를 정비해 놓았는데, 층계마다 이름과 사연이 적혀있었는데, 계단수가 꽤 많았다.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와 계룡산 갑사를 오르는 길이 계단이었는데, 여기에도 제법 계단이 많았다.
가쁜숨을 몰아쉬며 이따금 땀도 식히면서 헬기장 까지 올랐다. 늦은 시간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세번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다는 바위에 다다라서 우리는 모두 부자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면서 바위를 돌았다. 아마 여기온 많은 사람들이 돈과 관련된 소원을 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정상에 올라 발아래를 보니 보이는건 산을 제외하고는 빼곡히 들어선 빌딩과 아파트 들이다. 내가 저곳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강남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곳이라 저땅 어디쯤이 내것이 될런지 하고 생각도 들었다. 직원들과 함께 올라 서울 시가지를 바라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짧은 산행이지만 계단을 오른다는게 쉽지는 않아서 숨도 가쁘고, 다리도 아파오고 해서, 경치도 보고, 꿀차도 한잔하면서 정상에서 한참을 쉬었다. 제법 찬 저녁바람이 불어왔다.
정상 언저리에 유치환님의 행복이라는 시의 구절을 적은 시비가 있었다. 역시 문학등산은 이래서 제맛이 난다. 하늘아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 요즘 얼마나 될까? 하긴 하루에 하늘 한번 보기도 힘든 세상인것많은 사실인것 같다.
도심속에 작은 산이나마 가까운 자연이 있고, 한번쯤 일상을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신다는것이 얼마나 상쾌하고 즐거운 일인지 새삼 깨달으며 하산을 했다.
청계산은 청계산 나름의 멋과 운치가 있었다. 만약 다음에도 이산을 오르게 된다면 좀더 여유있게 올라 볼것을 다짐해 본다.